수사는 끝났지만, 기록은 영원히 남습니다.
디지털 화면 속에 있던 사진들을 손에 잡히는 종이의 형태로 변환하여 기록합니다.
우리는 용산이라는 거대한 텍스트를 읽어내기 위해, 형태라는 문법을 사용했습니다. 이 공간 사전은 50개의 시각적 단어들을 수집하여 엮은 기록물입니다.
우리는 이 사전을 통해 세 가지 정의를 내립니다.
- 정적(Static)은 '기억'이다.
변하지 않는 네모난 프레임은 과거의 시간을 안전하게 담아두는 그릇입니다. - 대칭(Symmetry)은 '공존'이다.
마주 보는 마름모꼴의 반영은 서로 다른 두 세계가 균형을 이루는 방식입니다. - 동적(Dynamic)은 '가능성'이다.
끊임없이 굴러가는 둥근 곡선은 멈춰있는 도시에 내일을 공급하는 통로입니다.
이 책을 펼치는 순간, 무심코 지나쳤던 용산의 풍경들이 읽히는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어플리케이션을 만드는 과정 또한 많은 고민이 필요했습니다.
그 중 대표 어플리케이션, 수사진행일정표를 소개해드립니다.
모티프를 어플리케이션에 녹여내기 위해서는 우리가 다녀간 용산과 효창원로에 대해 이해하는 과정이 필수였습니다.
이 달력에는 단순히 프로젝트의 마감일만 적혀 있는 것이 아닙니다.
1900년부터 2025년까지, 용산이라는 도시가 겪어온 결정적인 순간들이 숫자 암호로 숨겨져 있습니다.
이 숫자들은 단순한 날짜가 아니라, 용산이라는 도시가 겪어온 거대한 변화의 암호입니다. 8(용산역 개업)과 18(신용산역 개업)이 도시의 탄생과 확장을, 1(KTX)과 4(4호선)가 도시에 부여된 새로운 속도를 의미한다면, 15(150m의 간격)와 23(절제된 23층)은 과거와 현재가 충돌하지 않고 공존하는 미학적 긴장감을 보여줍니다.
우리는 이 역사적 좌표들 위에 정적(■), 대칭(◆), 동적(●) 스티커를 붙여 그 의미를 해독했습니다. 마지막 28(수사 착수일)은 관찰자였던 우리가 이 흐름에 합류하여 기록을 시작한 날로, 멈춰있던 용산의 풍경이 비로소 의미 있는 '증거'로 채택된 순간을 상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