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수사일보수사를 마무리하며
선 하나, 면 하나를 추출하는 작업은 생각보다 훨씬 더 섬세한 관찰을 요구했다.

사진 속 피사체가 아니라, 그것이 만들어내는 형태의 본질을 보려 애썼다. 빛과 그림자의 경계, 색과 색이 만나는 지점, 반복되는 패턴 속에 숨은 리듬. 
그렇게 우리는 사진에서 그래픽 모티프를 읽어냈다.

추출한 모티프들은 원본 사진에서 분리되는 순간 새로운 생명을 얻었다. 

고정된 맥락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진 형태들은 재배치되고 반복되고 변주되면서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법, 고요 속에서 움직임을 감지하는 감각, 분해와 재구성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창조하는 경험. 
무엇보다 정적인 것과 동적인 것이 대립하는 게 아니라 서로를 완성한다는 깨달음.

사진 한 장은 여전히 고요하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안다. 그 고요 안에 얼마나 많은 움직임이 잠들어 있는지. 
그리고 그것을 깨워 새로운 이야기로 엮어내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는 것을.